통영 ‘장사도’ 여행 후기
어제, 우리 가족은 통영 ‘장사도’엘 다녀왔다. 재작년 가을, 사랑하는 친정어머님을 여의고서 시작된 남매간의 여행이었다. 어머님의 죽음을 통해 피붙이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한 우리 가족은 지난 4월 8일 ‘거제 해금강, 외도’ 여행에 이어 두 번째 나들이를 한 셈이다.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중심지이며 원근해 어업 기지가 있는 항구 도시라는 통영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먼저 이순신 공원을 돌아보았다. 나라를 위해 해전에서 맹활약했다던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서 사진 몇 컷 찍고 내려오는 길에 ‘집에 돌아가면 이순신 장군이 진중에서 적은 일기를 다시 한 번 읽어 보리라’ 생각했다.
동피랑 벽화마을 경사로를 걷던 중 무릎이 몹시 아파왔다. 그러나 마을 아래에 위치한 중앙시장 좌판대에 깔린 생 어물 구경은 피로를 싹 가시게 할 만큼 신선했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잡혀 왔을꼬, 나 이제 바다로 돌아갈래~!’ 아우성치며 제 온몸을 들썩이는 바닷고기들의 몸 트림에 물이 튀겨 적잖이 옷을 적셔야만 했던 일, 얼굴까지 물이 튀겨 당황해하자 ‘빨리 안 지나가고 웬 호들갑이냐’며 호통을 치던 상인의 목소리에 활기가 넘쳤다. 횟집에서 회를 맛나게 먹고 오징어 축을 가방에 구겨 넣고서 가배항으로 향했다.
짙푸른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유람선 위로 하늘이 그리 맑지만은 않았지만, 유람선 주위를 넘나드는 여남은 갈매기는 비행을 한 채 승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부리로 잘도 받아 넘겼다. ‘너무 많이 던져주면 안 됩니다.’ ‘갈매기는 기저귀를 안 찼거든요.’ 라는 유람선 운전자의 멘트에 우리는 더욱 유쾌해졌다. 이윽고 장사도에 이르렀다. 전망대, 미로 정원 무지개다리 등 어느 것 하나 인상 깊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크고 작은 섬들의 풍광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섬집아기’ 조형물을 찍어 카톡에 재깍 올렸다. 장사도 안에 초등학교 분교, 교회, 카페 등이 있었다. 교회는 건물의 크기로 치자면 지금까지 내가 본 교회 중에서 아마도 가장 작은 모습일 게다. 아무튼 사람의 숫자가 얼마이든 간에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은 갖추려 애썼구나 싶어 여운이 남았다. 뱀의 모양에서 착안된 지명의 장사도라 했다. 자생나무와 다양한 식물이 가득한 장사도가 볼수록 참 아름다웠다. 우리는 걸으면서 이구동성으로 흐뭇이 말했다. ‘장거리 자가운전을 하는 등 부러 애 쓰지 않아도 이렇듯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 좋다.’고.... 그리고 일행 중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머님이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으로 마음을 적셨을 터이다. 저만큼에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유모차를 끌고서 관광하는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후다닥 떨어졌다. 서둘러 계단을 타고 내려와 유람선에 올랐다.
밤 9시가 넘어서야 전주 MBC에 도착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차 트렁크에 옮겨 실고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것도 잊고 컴퓨터 창을 열었다.
‘통영의 외딴 섬 장사도.
장사해상공원은 온난한 기후로 난대림이 섬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른 봄에는 10만 여 그루의 동백꽃이 불타듯 피어오르면 섬전체가 장관을 이루는데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었고, 천연기념물 팔색조와 풍란, 석란이 이 섬의 자랑거리라고 한다. 장사도의 옛 이름은 늬비라고 하는데 섬의 모양이 누에처럼 생겼다하여 늬비라고 불렀다. 늬비는 누에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일제시대 때 섬 지명을 등록할 때 오기를 하여 잠사도(蠶絲島)가 긴뱀의 장사도(長蛇島)로 표기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의 마스코트는 누에라고 한다.
* 투어 MBC 관계자 여러분과 긴 시간 안전 운전에 수고하신 기사님, 가이드님 고맙습니다.